AI 시대, 싱가포르 진출 준비는 정말 더 쉬워졌을까
최근 싱가포르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인공지능(AI) 기반 검색이나 챗봇을 활용해 법인 설립, 계좌 개설, 세무, 비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정보를 미리 검색하고 문의를 주시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보들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나 포털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는 대부분 일반화된 기준에 기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개정된 제도나 정책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구버전 정보가 포함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외국인 고용, 계좌 개설, 세무·회계 관련한 시기별 지원 한도(allowance) 조정 등에서 정책 기조나 시장 상황에 맞춰 세부 기준이 변동되기도 하므로, 관련 정보를 최신 기준에 따라 확인·해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기고문에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실행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AI 정보 활용 시 유의해야 할 주요 리스크
- 성공적인 싱가포르 진출을 위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현장의 기준
실제 사례로 본 ‘정보와 실행 사이의 간극’
다음은 AI를 통해 충분히 정보를 얻었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실제 실행 단계에서 겪은 사례들입니다. 공통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달랐던’ 순간들이 사업 전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례 1. “법인 설립 하루면 된다고 해서 바로 계약을 잡았습니다” - 회사명 승인 지연 리스크
한 스타트업 대표는 AI 검색을 통해 ‘싱가포르는 법인 설립이 하루 만에 가능하다’는 설명을 확인한 뒤, 현지 파트너와의 협약과 마케팅 일정을 바로 계획했습니다.
실제로 법인 등록 자체는 하루 내에 가능하지만, 회사명 승인 단계에서 ‘refer(검토 필요)’ 상태로 분류될 경우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유사 상호, 규제 산업 키워드(“Finance”, “Medical”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유사성 등으로 자동 승인이 어려운 경우 발생하며, 승인까지 최대 14영업일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승인 지연이 단순히 설립 완료 시점을 늦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회사명 승인 이후 진행되는 은행 계좌 개설 → 자본금 납입 → EP(비자) 신청 등 후속 절차가 지연되면서, 실제 사업 개시까지 수 주 이상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광고 집행, 계약 체결 등 실무 일정을 앞당긴 결과, 해당 기업은 계약 지연과 마케팅 취소에 따른 금전적·시간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정보 자체는 맞았지만, 실행 과정에서의 리드타임과 절차 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사례 2. “디지털 은행이면 충분하다는 줄 알았는데, 거래처에서 거절당했습니다” - 업종·거래별 계좌 요건 간과
한 온라인 유통사는 AI 검색으로 확인한 특정 디지털 은행 계좌 개설 정보를 바탕으로, 별도의 맞춤형 은행 상담 없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간편한 개설 절차와 빠른 실행이 장점으로 소개되었고, 초기에는 국내외 온라인 결제와 자본금 납입 용도로 무리 없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유럽 바이어가 LC(신용장) 개설, SWIFT 송금, 정식 통관이 가능한 계좌를 요구하자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해당 디지털 은행은 이를 지원하지 않아 거래가 보류되었고, 결국 계약은 무산되었습니다.
뒤늦게 시중은행 계좌 개설을 시도했지만, KYC(고객실사) 심사와 인터뷰 절차로 약 2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업종과 거래 목적에 맞춘 은행 비교 없이 AI 정보만으로 의사결정을 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사례 3. “EP 비자 요건만 맞추면 되는 줄 알았는데, 반려됐습니다” - 정성적 심사 요소 간과
AI를 통해 연봉과 학위 기준이 충족된다고 판단한 외국인 CEO는 EP(Employment Pass)를 신청했지만, 고용 기여도, 사업 구조, 업력 등 정성적 요소를 반영한 평가에서 반려되었습니다.
MOM(Manpower Ministry)은 단순 요건 충족 여부를 넘어, 기업이 싱가포르에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해당 기업은 어필 절차까지 진행했지만 재반려되었고, 경영진의 입국 지연으로 투자자 미팅과 신규 사업 일정을 모두 연기해야 했습니다.
사례 4. “세무 신고는 유예되는 줄 알았는데, 벌금 통보를 받았습니다” - 회계연도 설정 전략 부재
한 기업은 ‘법인 설립 후 18개월 이내 회계 마감 가능’이라는 AI 정보를 그대로 신뢰해, 별도의 확인 없이 회계 마감 일정을 뒤로 미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첫 회계연도 종료 시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재무제표 작성 및 감사 준비에 주어지는 시간적 여유가 달라질 수 있으며, 세무신고 기한(매년 11월 말)은 동일하더라도, 회계자료 정리와 세무조정 일정이 촉박해져 신고 지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해당 기업은 IRAS로부터 벌금 통보를 받았고, 이 이력은 기업 운영의 성실성과 행정 이행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추후 외국인 고용 비자 심사에서 ‘사업 실체와 신뢰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회계·세무 관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기업의 대외 신뢰성과 장기적 사업 지속성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AI 정보 활용 시 유의해야 할 리스크
위 사례들은 단순한 검색 오류가 아니라, 정보 해석과 실행의 간극에서 비롯된 문제였습니다.
다음은 AI 기반 정보 활용 시 특히 유의해야 할 대표적 리스크입니다.
- 정보의 시효성 문제
정책 개정이 반영되지 않은 과거 정보 기반 계획은 실행 착오로 이어질 수 있음
- 일반화된 해석에 따른 오판
업종, 규모, 구조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다른데도, AI는 평균적 기준을 제시
- 현장 흐름의 부재
기관별 세부 요구사항, 인터뷰 방식, 심사 절차는 실무 경험 없이는 파악 어려움
싱가포르 진출 시 반드시 짚어야 할 현장의 기준
AI가 다루지 못하는, 현장 전문가가 반드시 체크하는 실무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회계·세무 일정
첫 회계연도 종료일에 따른 회계 마감 준비 여유와 세무조정 범위 - 은행 계좌 개설 요건
산업군, 자금 출처, 이사/주주 국적, 인터뷰 대응 능력이 실제 개설 여부에 영향 - 비자 심사 기준
연봉·학력 외에도 조직도, 고용 계획, 시장 기여도 등 정성적 자료 필요 - 업종별 제도 적용과 지원 혜택
라이선스, 외국인 지분 제한, 조세 감면 등은 업종·진출 방식별 상이
이러한 기준들은 법령의 조문이나 AI의 설명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행 중심의 디테일입니다. 싱가포르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초기부터 이러한 요소들을 점검해 실행 가능성 기반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보는 출발점, 실행은 해석의 깊이에서 완성
AI 시대에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를 수집하는 것과 그것을 정확히 해석해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싱가포르처럼 제도적 안정성과 정책 유연성을 동시에 갖춘 시장에서는 “정보가 맞는가?”보다 “그 정보가 지금 내 사업에 어떻게 적용되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AI 정보는 출발점으로 삼되 현장의 흐름과 실행 가능성을 검증할 전문가의 조언을 반드시 더하시길 권합니다.
그것이 실패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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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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