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의 이동, 그리고 한국 자산가의 선택
2025년, 전 세계적으로 약 14만 2천 명의 고액자산가(HNWI) 가 거주지를 이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단순한 세제 회피가 아닌, ‘자산의 재배치(Reallocation)’와 ‘거점의 재정립(Repositioning)’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Henley & Partners의 「Private Wealth Migration Report 2025」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UAE에는 약 9,800명의 고액자산가(HNWI, High-Net-Worth Individuals)가 순유입되어 세계 1위를 기록했으며, 싱가포르는 약 1,600명의 자산가가 새로 정착하며 아시아 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약 1,200명의 고액자산가가 해외로 이주(순유출)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높은 상속세율, 부동산 규제, 그리고 세대교체로 인한 자산 구조 재편 등 제도적·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특히 2025년 들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전환, 유럽의 부유세 강화, 아시아 내 제도 신뢰 강화 움직임이 동시에 맞물리며, 전 세계 자산가들이 “안정적 제도권 내에서의 자산 이동”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자산가들 또한 동일한 맥락 속에서 싱가포르와 두바이를 중심으로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 자산가, ‘거점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다
한국은 OECD 중에서도 상속세율(최대 50%)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세대 자산 승계와 사업 확장을 병행하기 위한 거점 다변화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자산가 인터뷰에서도 “세금을 줄이기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 속에서 자산을 운용하고 싶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즉, 자산의 국경 이동은 탈국적이 아니라 ‘자산 생태계의 다변화’라는 새로운 흐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산가의 거점 이동 —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대비된 전략
글로벌 HNWI의 자산 이동은 ‘세율’보다 제도 신뢰도와 기회 구조에 의해 좌우됩니다. 대표적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자산가들의 거점 선택 패턴은 서로 다른 전략을 보여줍니다.
🔷 인도 자산가, 두바이를 통한 기회 중심 전략
Henley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인도에서 약 3,500명의 고액자산가가 순유출될 것으로 예상하며, 그중 상당수가 UAE(특히 두바이) 를 거주 및 투자 거점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두바이 토지청(DLD)에 따르면 외국인 매수자 중 인도 국적의 비중은 약 22%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계 금융사인 Kotak International은 2025년 UAE 증권청(SCA)으로부터 리테일 펀드 판매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인도계 자금의 UAE 내 운용 채널을 강화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인도 자산가들이 생활 기반, 세제 편의성, 투자 접근성을 모두 고려해 두바이를 ‘기회의 전진기지’로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인도네시아 자산가, 싱가포르를 통한 자산 안정 중심 전략
반면 인도네시아 고액자산가들은 자산 운용과 보관 거점으로 싱가포르를 선호합니다. 싱가포르에는 2024년 기준 2,000개 이상의 단일 패밀리오피스(SFO) 가 설립되어 있으며, 자산운용 시장의 AUM(운용 자산 규모)은 S$5.4조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주요 국책은행인 BNI와 Mandiri는 싱가포르에서 웰스 매니지먼트 사업을 확대하며 약 7,000억 루피아(한화 약 6조 원) 규모의 인니계 자금을 관리 중입니다. 이는 인니 자산가들이 싱가포르의 제도적 신뢰와 금융 인프라를 자산운용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인도는 두바이를,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를 중심 거점으로 선택하며, 자산 보존과 기회 추구의 균형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은 한국 자산가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거주와 자산 운용의 분리, 복수 거점 기반의 세대별 포트폴리오 전략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 vs 두바이 — 서로 다른 강점, 상호 보완의 가능성
항목 | 🇸🇬 싱가포르 | 🇦🇪 두바이 |
경제 운용 체계 | 환율 중심 통화정책, 고도화된 금융 감독 | 달러 페그제 기반, 빠른 정책 집행 |
세제 환경 | 법인세 17%, 상속세·양도소득세 없음 | 법인세 9%, 개인소득세 0% |
비자 제도 | Global Investor Programme (GIP) | Golden Visa (10년) |
부동산 시장 | 공급 제한, 안정적 가치 유지 | 오프플랜 중심, 성장세·변동성 병존 |
핵심 가치 | 제도·신뢰·투명성 | 속도·유연성·확장성 |
싱가포르는 제도적 안정성과 투명성으로 대표되며, MAS(통화청)의 일관된 정책 아래 금융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반면 두바이는 속도와 개방성, 그리고 투자 네트워크의 확장성을 무기로 역동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 보수적 자산가·가문형 투자자라면 싱가포르의 제도적 안정성이 적합하며, 공격적 확장형 사업가에게는 두바이의 유연성이 더 큰 매력을 제공합니다. 두 도시는 상반된 듯 보이지만, 전략적으로 결합할 때 안정성과 기회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보완적 구조를 형성합니다.
자산가의 새로운 접근 — ‘복합 거점화(Hybrid Base)’ 시대
최근 글로벌 HNWI 리포트(Henley, Knight Frank, UBS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초고액자산가의 약 37%가 두 개 이상의 거주·사업 거점을 병행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일 국가 중심의 자산 운영이 규제, 환율, 지정학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복합 거점화(Multi-Jurisdictional Strategy)’ 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제도·세무 기반 위에 두바이의 투자 네트워크와 저세율 환경을 결합한 ‘복합 거점화(Hybrid Base Strategy)’는 이러한 흐름을 대표합니다.
이 접근은
- 싱가포르에서 법인 및 자산보호 구조를 확보하고,
- 두바이에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사업 기회를 확장하며,
- 거주·자산운용·사업운영 기능을 분리 설계하는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이 전략은 자산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세대 간 승계 효율성과 국제적 거버넌스 투명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자산가가 두 지역을 동시에 운영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산 규모, 투자 성향, 사업 목적에 따라 싱가포르 또는 두바이 중 하나를 핵심 거점으로 선택하는 것도 충분히 전략적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디서 세금을 내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자산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입니다. 이 점에서 싱가포르와 두바이는 각각의 장점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유형의 자산가에게 최적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자산가에게 필요한 현실적 시사점
한국 자산가들은 이미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적 부동산 매입이나 비자 취득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자산 이전·운용 체계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제는 “어디서 세금을 내느냐”보다 “어디서 자산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거점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싱가포르의 신뢰, 두바이의 기회, 그리고 양 도시의 연결 구조를 함께 활용할 때 비로소 자산의 지속가능성과 유연성이 극대화됩니다.
📚 References
- Henley & Partners – Private Wealth Migration Report 2025
- Knight Frank – The Wealth Report 2024
- UBS Global Family Office Report 2025
- The Business Times – “Singapore’s Millionaire Inflow to Halve in 2025” (2025.07)
- Reuters – “Singapore’s Single-Family Offices Climbed to 2,000 Last Year” (2025.01)
- Alpha Southeast Asia – “Singapore’s Asset Management Sector Surges Ahead” (2024)
- Gulf News – “Dubai Residents Turn Buyers as Home Deals Surge to Dh138 Billion” (2025.10)
- Finance Middle East – “Why Millionaires Are Moving to the UAE” (2025.10)
- Reuters – “India’s Kotak Unit Secures UAE Licence to Sell Funds to Retail Investors” (2025.08)
- Korea JoongAng Daily – “Wealthy Koreans Flock Overseas as Inheritance Tax Bites” (2025.10)
- Mandiri Group / BNI Wealth Singapore Press Release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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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o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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